2009. 11. 3. 19:09
큰꿈이 보는 세상
생명의 서(書)
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(懷疑)를 구(救)하지 못하여
내 또한 삶의 애증(愛憎)을 다 짐지지 못하여
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
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(沙漠)으로 나는 가자.
거기는 한 번 뜬 백일(白日)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
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(死滅)한 영겁(永劫)의 허적(虛寂)에
오직 알라의 신(神)만이
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(熱沙)의 끝.
그 열렬한 고독(孤獨) 가운데
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
운명처럼 반드시 ‘나’와 대면(對面)케 될지니.
하여 ‘나’란 나의 생명이란
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
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(沙丘)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.
'큰꿈이 보는 세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what though life conspire to cheat you(Пу́шкин) - 큰꿈 - (0) | 2009.11.23 |
---|---|
아픈 벗에게 -박노해- (0) | 2009.11.03 |
내가 사랑하는 사람 -정호승- (0) | 2009.10.28 |
약점(弱點) -박노해- (0) | 2009.10.27 |
서로 사랑할 수 있게 사랑을 주소서 - 큰꿈 - (0) | 2009.10.17 |